고령 1인 가구의 고독사,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무거운 과제
고령화와 고독사, AI가 사회를 살리는 시대
한국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2025년을 기점으로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며, 전체 가구의 40%가량이 1인 가구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 1인 가구는 의료, 돌봄, 정서 지원 등에서 취약한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 바로 ‘고독사’입니다.
‘고독사’란 가족이나 지인 등 주변과 단절된 채 홀로 사망한 뒤 상당 기간 발견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서울시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고독사로 추정되는 사례가 매년 2,500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은 65세 이상의 고령자입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구조의 변화와 사회안전망의 미비가 초래한 심각한 사회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고독사의 주요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경제적 빈곤 ▲신체 건강 저하 ▲정서적 고립 ▲복지 접근의 어려움으로 요약됩니다. 이 가운데 ‘정서적 고립’은 가장 치명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결국 이는 외부와 단절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구조적 함정으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고자 AI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고독사 예방 서비스가 확산하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AI와 IoT 기반 ‘스마트 돌봄 시스템’의 현실화
기존 복지 시스템은 정기 방문, 유선 상담에 머물러 있어 실시간 대응이 어렵고, 예측이 아닌 사후 처리에 가까운 방식이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고자 등장한 것이 스마트 돌봄 기술입니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IoT 센서를 이용한 생활 패턴 감지 시스템, AI 음성 인식 기반의 비대면 상담 시스템, 전력·수도·가스 등 공공 인프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상 탐지 기술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공사의 ‘AI 고독사 예방 시스템’은 노인 가정의 전력, 수도, 통신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패턴이 발생했을 때 관리자에게 경고를 전송합니다. 2024년 기준으로 이 시스템을 통해 12건의 실제 고위험 사례가 조기에 발견되어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모니터링이 아니라, AI가 생명을 살리는 일에 기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네이버의 ‘클로바 케어콜’은 독거노인에게 하루 한 번 이상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목소리 진동, 언어 속도, 감정 상태 등을 분석해 위기 상황을 탐지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기계 반응을 넘어서 사람의 감정을 읽는 정서 돌봄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감시가 아닌 정서적 연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점차 진화 중입니다.
기술과 사람의 연결, 지자체의 다양한 실험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러한 스마트 복지 시스템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시흥시는 고위험군 노인가구에 스마트 플러그를 보급하여, 실내 전기 사용 데이터를 통해 생활 패턴을 실시간 모니터링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전기 사용이 없거나 냉장고, 조명 등 주요 기기의 작동이 중단되면 자동 경보가 작동합니다.
부산시는 AI 스피커를 이용한 말벗 서비스와 함께 감정 분석 기능까지 포함된 정서 돌봄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고령자들이 외부와 연결될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단순한 대화라도 삶의 활력을 높이고 고립감을 줄여주는 효과가 큽니다. 기장군은 비대면 음성메시지 서비스인 ‘문안 Day’를 통해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에게 특히 유용합니다.
지자체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으며, 기술 기반의 ‘패시브 돌봄’과 지역 공동체 기반의 ‘액티브 케어’를 결합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사람,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어우러진 이러한 복합 모델이야말로 진정한 지속 가능한 복지의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힘으로 고독사를 막다 – 사람 중심의 돌봄 사례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고독사를 막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여전히 ‘사람의 관심’입니다. 실제로 서울 은평구는 지역주민 100여 명과 함께 ‘이웃 살핌단’을 조직해 고립 위험이 있는 고령자에게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전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기술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이웃이 메워주는 방식입니다.
전주시에서는 경로당과 마을회관 중심으로 ‘고령자 돌봄 파트너’를 운영 중인데, 1인 가구 어르신과 이웃 자원봉사자가 1:1 매칭되어 주 1회 이상 대면 소통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이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 ‘관계 회복’을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입니다. 이웃 간 신뢰와 연결이 유지되면 기술의 빈틈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역 공동체 기반의 돌봄 서비스는 고령 1인 가구의 정서적 안정은 물론, 지역 내 사회적 연대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고독사 예방의 본질은 ‘발견’이 아니라 ‘관심’임을 상기시켜 주는 사례들입니다.
공동체의 손길이 이어질 때, 기술보다 따뜻한 돌봄이 시작된다
고독사를 막는 방법은 단지 기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고령 1인 가구를 돌봐온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관계 유지”와 “사람의 관심”이다. 실제로 국내 곳곳에서는 공동체 중심의 돌봄 활동이 고독사 예방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는 ‘이웃살핌단’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고독사 위험군을 돌보는 구조를 운영 중이다. 고립된 노인을 단순히 관찰하는 것을 넘어, 주기적인 전화, 방문, 일상 대화 등 ‘지속 가능한 관계’를 중심으로 한 접근이다. 살핌단은 매주 1~2회 이상 어르신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복지센터에 즉시 전달한다. 이처럼 주민이 직접 감시자가 아니라 ‘이웃’이 되는 구조는 고령자에게 심리적 거부감 없이 수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주시의 ‘고령자 돌봄 파트너제’는 1인 가구 어르신과 자원봉사자를 1:1로 연결하는 모델이다. 매주 정해진 요일에 직접 찾아가 식사 여부를 묻고, 생활 속 불편함을 들어주는 이 제도는 단순히 고독사를 예방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사회 내 신뢰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 실제 운영 결과, 어르신들의 외로움 감소 체감률이 80%를 넘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부천시는 이웃, 상점 주인, 택배기사, 경비원 등 지역 내 생활 접촉자들이 고독사 위험군의 상태를 수시로 관찰하고 공유하는 ‘우리 동네 안심망’을 운영한다. 이 시스템은 기술 기반 감지보다 빠르게 위험을 파악할 수 있는 ‘생활 기반 복지안전망’으로, 일상 속 관찰자가 복지의 주체로 기능하는 실효성 높은 구조다.
광주광역시는 ‘온 동네 돌봄 공동체’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복지기관, 주민센터, 자원봉사자, 일반 시민이 함께 고령자와 취약계층을 돕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고독사만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까지 포괄하는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 기반 위기 예측 기술과도 접목되어 점차 정교화되고 있다.
이처럼 각 지자체가 운영 중인 공동체 돌봄 사례는 고독사 예방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은 효율을 줄 수 있지만, 관계는 지속성과 신뢰를 만든다.
지역의 이웃 한 사람이 건넨 짧은 말 한마디가, 한 생명을 지켜내는 기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체 중심의 돌봄은 가장 오래 지속 가능한 복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 도시와 복지 기술의 미래 – 도시 설계가 고독사를 줄인다
한발 더 나아가 보면, 고독사 예방은 개별 기술이나 서비스 수준에서 머물 일이 아닙니다. 도시 자체가 ‘돌봄 기능’을 갖춰야 합니다. 이른바 스마트시티 복지 설계입니다.
스마트시티는 단지 교통, 에너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도시가 아니라, 복지적 기능까지 포괄해야 하는 시대에 도달했습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 CCTV와 거리 센서가 고독사 위험군의 외출 여부를 분석하고,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커뮤니티센터나 보건소와 자동 연계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또한,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 센터가 돌봄 허브 역할을 하며, 거주자의 건강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위험 신호를 사전에 예측하고 관리하는 구조도 필요합니다. 스마트 도시의 복지 인프라화는 고독사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진보적인 모델입니다.
국토부와 복지부는 최근 스마트시티 선도 사업에서 이러한 기술 요소를 일부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AI 복지 시스템의 도시 표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복지와 기술, 도시계획이 하나의 축으로 통합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기술은 수단, 사람은 목적입니다
고독사는 단지 ‘죽음의 방치’가 아니라, 관계의 단절이 만든 비극입니다.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기에 조용히 사라지는 삶—이것을 막기 위한 대응은 그저 시스템 몇 개로는 부족합니다. 기술은 우리가 더 잘 돌보기 위한 ‘눈과 귀’이지만, 결국 돌보는 ‘손과 마음’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기술과 윤리, 시스템과 공감, 감시와 보호 사이에서 균형 잡힌 고독사 예방 전략이 절실합니다. 이 균형을 만드는 주체는 바로 우리 사회 전체이며, 더 나아가 도시, 기술, 공동체 모두가 함께 작동할 때 고령 1인 가구의 고독사는 분명 줄어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