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70대 여성의 하루 – 고령 1인 가구의 삶을 엿보다
아침 6시, 하루가 시작된다 – 고요하지만 분주한 고령 1인 가구의 아침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74세 최정자 씨는 10년째 혼자 살고 있다. 남편과 사별한 뒤 자녀들은 타지로 떠났고, 지금은 고령 1인 가구로 조용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그녀의 하루는 새벽 6시에 시작된다. 한때는 늦잠도 자곤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일찍 눈이 떠진다. TV 대신 라디오를 틀고, 어제 끓여둔 미역국에 밥 한술을 말아 간단한 아침을 해결한다.
“혼자 먹는 밥은 씹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요. 그게 조금 쓸쓸하죠.” 그녀의 말에서 일상 속 고독함이 묻어난다. 고령 1인 가구의 아침은 단순히 식사 시간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시작할 이유를 만드는 시간’이다. 혼자라는 이유로 식사를 거르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최 씨는 되도록 아침을 챙기려 애쓴다.
특히 2025년 기준, 고령 1인 가구의 36%가 아침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통계는 영양 결핍과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인임을 보여준다.
“혼자 있어도 내 몸은 내가 지켜야죠. 내가 아프면 누가 챙겨줄 사람도 없는데.” 그녀는 자기 건강을 지키는 걸 생존의 문제로 인식한다.
오전 10시, 마을회관 가는 길 – 외출은 선택이 아닌 필요
고령 1인 가구가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고립감이다. 최정자 씨는 매주 두세 번 동네 마을회관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요가, 스마트폰 교육, 건강강좌 같은 프로그램은 일상에 소소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같은 연배 친구들이랑 수다 떠는 게 보약이에요. 물론 서로 자식 자랑도 하고, 약값 이야기도 하고요.” 그녀는 밝게 웃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령 1인 가구는 이런 시설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 중 1인 가구는 약 213만 명 이상, 그중 약 30%는 외부 활동이 ‘거의 없다’고 응답했다.
혼자 살아도 움직이고 말할 공간이 필요한데, 정보 부족, 거동 불편, 인적 단절은 고립감을 가중한다. 최 씨는 다행히 지자체 복지관에서 ‘문자 알림’을 통해 일정을 받아보며, 이동지원 차량을 신청해 회관에 다닌다.
“몰랐으면 집에만 있었을 거예요.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이리 다니는 거지요.”
오후 3시, 집으로 돌아와 고요한 시간 – 고령 1인 가구의 긴 오후
오후가 되면 거리는 한산해지고, 고령 1인 가구의 집안은 다시 고요해진다. 최 씨는 작은 다기 세트로 차를 우려내 마신다. “이 시간엔 사람이 그립죠. 전화벨 하나 울렸으면 좋겠고.” 낮잠을 자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선 치매 예방 차원에서 색칠 공부와 퍼즐 맞추기도 시작했다. TV보다 활동적인 취미가 낫다는 것을 깨닫고부터다.
“하루에 한 번은 머리 써야 늙지 않는대요. 내가 안 챙기면 누가 챙기겠어요?”
2025년 기준으로 보면, 고령 1인 가구의 치매 발생률은 전체 고령층 대비 1.6배 높다는 통계가 있다. 그만큼 하루의 시간 활용은 ‘건강 유지’와 직결된다.
최 씨처럼 규칙적인 취미를 갖고, 책을 소리 내어 읽는 등의 활동은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내 몸, 내 정신 내가 가꿔야 오래 살죠.” 그녀의 한마디는 그 어떤 건강 정보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저녁 7시, 불 꺼진 창가에서 – 혼자이지만 고립되지 않기 위해
고령 1인 가구에게 하루의 끝은 때때로 가장 외로운 시간이다. 거리는 어둑해지고, 창밖을 바라보며 식탁에 앉은 최 씨는 간단히 반찬 두어 가지를 덜어 저녁을 먹는다. 이웃과의 전화 통화, 유튜브로 듣는 옛날 트로트, 때때로 손에 잡히는 동네 소식지 등이 그녀의 저녁을 채운다.
“딱히 할 일은 없지만, 소소한 거 하나라도 있으면 덜 허전해요.”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고령 1인 가구는 단순히 혼자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고 있다는 감각을 필요로 한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안부 확인 서비스’, ‘스마트 스피커 AI 대화 프로그램’, ‘디지털 안부 알림 시스템’은 이러한 욕구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다.
최 씨는 최근 노인복지센터에서 받은 ‘음성 응답 라디오’를 통해 매일 아침 뉴스와 건강 정보를 듣고 있다.
“혼자 있어도 누군가 나한테 말 걸어주는 느낌이에요. 그냥 위로 돼요.” 그녀는 오늘도 그런 작은 연결에 기대 하루를 마무리한다.
고령 1인 가구의 인프라 격차, 출발선부터 달랐다
2025년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며, 전국의 고령 1인 가구 수는 약 213만 명을 넘어섰다. 그중 서울은 스마트 인프라 기반과 다양한 복지정책으로 고령자 친화 도시로 발전하고 있지만, 지방은 고령화 속도는 빠르지만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미비한 상황이다.
특히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은 고령자 인프라 접근성 지수가 전국 평균보다 2.4배 높다.
서울의 고령 1인 가구는 지하철 10분 거리 내에 병원, 복지관, 공공임대주택, 경로당, 약국이 밀집된 반면, 지방의 고령자는 차량 없이는 의료기관 접근 자체가 어려운 생활권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전남·경북 등 지방권 고령 1인 가구의 경우, 생활권 내 1차 의료기관 접근율이 50% 이하라는 점은 치명적인 차이를 만든다.
즉, ‘삶의 반경’이 곧 ‘삶의 질’로 직결되는 고령 1인 가구의 경우, 서울과 지방의 인프라 격차는 단순한 불편함 이상의 문제를 초래한다.
서울의 스마트 복지 vs 지방의 전통 돌봄… 고령 1인 가구 체감 온도는 다르다
서울시는 ‘스마트 시티 서울 2025’ 전략에 따라 고령 1인 가구 맞춤형 생활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 안부 확인 서비스, 디지털 복지 알림망, 스마트 약통, 원격 건강 모니터링 기기가 보급되고 있으며, 이는 고독사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성동구, 은평구, 관악구 등은 ‘1인 가구 전담 복지사’ 배치와 ‘디지털 안심 서비스’를 도입해, 혼자 사는 고령자의 외로움과 위기를 기술로 해소하고 있다.
반면 지방은 여전히 이웃, 반상회, 경로당 중심의 ‘인간 중심’ 돌봄 모델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공동체 정이 살아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령 1인 가구의 특수한 건강관리나 치매 예방, 돌봄 공백에는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
또한 지방 거주 고령자는 자녀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스마트폰 활용이 어려워 정보 접근 자체에서 서울과 큰 격차를 보이는 실정이다.
이는 단순한 생활 불편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위기 상황에서 대응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생활 인프라의 핵심: 병원, 식사, 주거, 이동… 서울은 연결되고, 지방은 단절된다
고령 1인 가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병원-주거-식사-이동’ 네 가지로 요약된다. 서울은 이 네 가지 요소를 복합적으로 설계한 사례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내 건강관리실, 커뮤니티 식당, 셔틀버스, 정신건강 상담 등 다기능 복합시설형 주거 공간이 늘고 있으며, 은평구·강동구 등에서는 이를 ‘통합형 고령 친화 주거’로 명명하고 있다.
지방은 인프라가 각기 분산돼 있고, 그 사이를 연결해 줄 교통수단이나 연계 서비스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도 약국은 1km 떨어진 곳에 있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택시를 불러야 하는 구조가 다반사다. 특히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 지역 고령 1인 가구는, 한 번의 외출이 ‘하루 일과 전체’가 되는 일이 잦다.
그만큼 생활 속에서 느끼는 심리적 피로감과 외로움은 서울보다 훨씬 강도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고령 1인 가구의 삶, 주소지가 곧 삶의 질을 결정한다
서울과 지방의 생활 인프라 차이는 단순한 도시와 비도시의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곧 ‘정보 접근의 차이’, ‘복지 체감의 온도 차이’, ‘위기 대응 속도의 차이’로 귀결된다.
서울은 더 많은 예산과 행정 전문 인력을 통해 고령 1인 가구의 생활을 디지털 기반으로 보완해 가고 있고, 맞춤형 복지의 속도도 빠르다.
지방은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인해 대응이 느릴 뿐 아니라, 고령자 스스로가 제도에 접근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방에는 ‘사람의 손길’과 공동체의 정서가 남아 있다.이를 스마트 인프라와 융합하는 모델이 만들어진다면, 고령 1인 가구의 삶은 지역을 막론하고 더 나아질 수 있다.
결국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인프라 확대’가 아니라, 그 지역 고령 1인 가구가 실제로 체감하고 이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주소지 하나가 노후의 삶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