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며, 그중 상당수가 혼자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하루하루가 어떤 지출로 구성되어 있는지, 구체적인 생활비 구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령 1인 가구’라는 표현 속에는 단지 혼자 사는 노인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와 동시에 복합적인 경제적 현실이 담겨 있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자녀의 용돈, 소액 아르바이트 등으로 수입이 구성되는 이들은, 대체로 월 100만~130만 원 수준에서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월세를 내지 않는 자가주택 거주자라도 실제 지출 구조는 만만치 않다. 실제로 한 달 동안 이들이 사용하는 지출 항목을 살펴보면, 필수 지출은 매우 압축적이고 절제되어 있으며, 그 속엔 노년의 불안과 생존 전략이 숨어 있다.
서울 외곽 지역의 고령 1인 가구 A 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A 씨는 국민연금 62만 원, 기초연금 35만 원, 자녀로부터 받는 용돈 10만 원으로 총 월 107만 원의 수입이 있다. 자가주택에서 살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은 없지만, 월 5만 원가량의 관리비와 7만 원의 공공요금, 식비 30만 원, 병원 진료비 10만 원, 약값 8만 원, 통신비 4만 원 등으로 기본적인 고정 지출만 약 70만 원이 넘는다.
여기에 교통비, 종교활동 헌금, 여가비 등까지 포함하면 90만 원을 훌쩍 넘기기 마련이다. 이 정도면 ‘넉넉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는 않게 사는’ 수준이지만, 매달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병원비나 경조사비로 인해 지출은 늘 예측 불가한 상황에 놓인다.
생존과 존엄 사이의 균형 – 고령자 생활비의 실제 항목별 구조
고령 1인 가구의 생활비는 젊은 세대의 소비 패턴과는 명백히 다르다. 단순한 소비가 아닌, ‘필수 생존 비용’이라는 명확한 기준 아래 움직인다. 식비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외식을 줄이고 혼자서 해 먹는 것을 선호하지만, 식재료를 낱개로 사기 어려운 구조 때문에 식비를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 2025년 기준, 서울 및 수도권 고령자의 월평균 식비는 약 27만~35만 원 수준이며, 지방은 25만 원 이하로 유지되기도 한다.
의료비 또한 필수 지출 중 하나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혈압약, 당뇨약, 관절 치료제는 거의 상시로 소비되며, 지역 보건소와 병원 이용을 병행하는 구조가 많다. 국민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 비율이 낮아졌다고는 해도, 실제로는 한 달에 8만~12만 원가량이 소모된다. 특히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엔 약값과 병원 왕래 비용이 합쳐져 부담이 크다. 정기적인 검사나 물리치료 등을 포함하면 월 15만 원 이상 드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고령 1인 가구의 고정지출 중 특이한 점은 ‘비정기 비용’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장례 조문, 경조사, 종교 행사, 동네 모임 회비 등은 평균 1~2만 원 수준처럼 보이지만, 특정 월에는 10만 원 이상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지출이 감정적으로 ‘줄일 수 없는 비용’이라는 점이다. 친한 친구의 사망 소식에 조문을 가지 않는 것은 ‘나쁜 일’로 여겨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재무적 위기를 감수하면서도 지출이 이루어진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 중인 74세 김 모 씨는 은퇴 후 별다른 연금 없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일부를 받아 한 달에 약 105만 원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 김 씨는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있지만, 건물의 노후화로 인해 관리비가 매달 5만 원, 수도·전기요금이 평균 8만 원가량 소요된다. 여기에 통신비 3만 원, 식비는 28만 원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나, 점점 치솟는 물가에 따라 간단한 밑반찬 몇 가지와 즉석식품 위주의 식생활로 바뀌었다고 한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78세 최 씨는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으며, 한 달에 최소 12만 원의 약값과 병원 진료비를 지출한다. 농촌지역에 살고 있어 도시보다 물가가 조금 저렴한 편이지만, 교통이 불편해 병원에 갈 때마다 택시를 이용해야 해 교통비가 꽤 나간다. 최 씨는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 아플 때 병원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소원이야”라고 말했다. 그는 식비를 줄여 약값에 보태는 현실을 ‘사람이 아니라 기계처럼 사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71세 여성 박 모 씨는 월세 30만 원의 반지하 원룸에서 지내며, 생활보조금 포함 총 120만 원가량의 수입으로 살아간다. 박 씨의 가장 큰 지출은 역시 식비와 주거비이며, 여기에 최근 냉장고가 고장 나면서 30만 원을 급히 들여 중고 제품을 구입했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가전 고장, 병원 입원 등의 ‘돌발 비용’은 이들의 생활비 구조를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박 씨는 "무언가 하나가 고장 나면, 한 달이 아니라 두 달까지 흔들려"라며 매달 쓰는 돈 중 남는 건 없다고 했다.
이처럼 고령자들의 지출 항목은 겉으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줄일 수 없는 고정비'와 '피할 수 없는 돌발비'로 구성돼 있다. 식비, 약값, 공공요금, 통신비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조문, 종교헌금, 노인정 회비 같은 사회적 관계 유지를 위한 비용까지 절대 가볍지 않다. 이런 지출은 정서적 지탱을 위한 최소한의 ‘존엄 비용’이기에 쉽게 줄일 수도 없다.
결국 이들의 삶은 매달 ‘기본적인 삶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금액’과 ‘사회적 관계 안에서 인간다운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지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간다. 숫자는 고정돼 있지만, 매일 변하는 현실은 그 예산을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만든다.
생활비 속 여유는 가능한가 – 여가와 정서 비용의 빈틈
고령 1인 가구가 한 달 동안 생활비를 사용하면서 가장 포기하기 쉬운 항목은 ‘여가비’다. 젊은 층에는 일상 속의 선택지인 외출, 영화관람, 카페 방문 등이 고령자에게는 ‘사치’로 여겨진다. 실제로 고령자 A 씨의 생활에는 문화생활 항목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한 외출은 매주 교회에 가는 것이며, 그 외엔 동네 노인정에 나가 바둑을 두거나 TV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정서적 여유는 필요하다. 일부 고령자는 소일거리로 텃밭을 가꾸거나, 저가형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나 라디오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낸다. 한 달 4,000~5,000원대의 알뜰 요금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인터넷은 아예 쓰지 않는 집도 많다. 특히 고령자는 ‘디지털 격차’에 놓여 있어 문화 콘텐츠 접근이 제한되기 때문에, 소외감과 단절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한, 돌발적인 지출도 문제다. 갑작스러운 치과 진료, 낡은 보일러 교체, 냉장고 고장 등은 이들의 경제를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 예산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저축 개념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이러한 예기치 못한 상황은 고령자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주된 변수로 작용한다. 생활비는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루하루 생존이 아니라, 불안을 넘어서려는 싸움에 가깝다.
노후 빈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고령 1인 가구의 월 생활비 내역은 단순한 숫자 열거가 아니라, 대한민국 복지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자가 주택 보유 여부, 건강 상태, 지역 사회와의 연결 정도에 따라 비용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의 평균 수입이 100만원 내외임에도 불구하고, 필수 지출이 이를 빠듯하게 집어삼킨다는 점이다.
기초연금이나 각종 공공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자는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민간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과 디지털 접근 제한으로 인해 스마트 복지 시스템의 실효성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 복지관이나 동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받기 어려운 혜택들이 존재하며, 이는 단절된 고령자에게 큰 장벽이 된다.
노후 빈곤은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정서적 고립, 정보 소외, 사회적 배제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이며, 결국 고독사와 같은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고령 1인 가구의 생활비 문제는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지켜줄 것인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실제 생활 현장을 이해하고 반영한 맞춤형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매달 빠듯한 생활비 속에서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수많은 어르신의 삶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의 소비는 ‘가계부’가 아닌 ‘인간 존중의 기록’으로 다시 바라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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