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대한민국의 고령 1인 가구는 150만 명을 넘어서며 지속해서 증가 중이다. 독거노인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들이 느끼는 정서적 고립과 외로움은 단순한 사회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건강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따뜻한 존재로 다가오는 것이 바로 반려동물이다.
반려동물은 단순한 ‘동물’이 아닌, 고령자에게 있어 가족, 친구, 삶의 이유가 되어 준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은 떨어지고, 외출도 어렵고, 병원 방문조차 불편해진다. 이 상황에서 반려동물까지 함께 돌보는 것은 매우 큰 부담이 된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장기 외출을 해야 한다면? 사망 이후 반려동물은 어떻게 되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사회적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1인 가구의 반려동물 보유율은 10%에 달하며, 특히 65~74세의 반려동물 보유율은 8.5%,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는 6.7%로 추정된다. 약 13만 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단순한 개인 취미가 아니라, 국가 복지 정책으로서 진지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이다.
고령자를 위한 반려동물 케어 서비스,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실제 여러 지자체와 민간 기관들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펫 케어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는 2024년부터 고령 1인 가구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60가구를 선정해, 전문 펫 케어 매니저를 파견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서비스는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 체크, 식사 급여, 산책 대행, 위생관리까지 포함되며, 보호자의 입원 등 긴급 상황에서도 동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연계 시스템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단순히 동물을 돌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돌봄의 연장선에 있는 주인을 지키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고령자가 병원 진료를 받는 동안 펫시터가 동물을 보호하고, 정서적 안정감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AI 스피커와 연동한 ‘반려동물 교감 서비스’도 지원된다. IT 기업과 동물병원, 사회복지기관이 함께 참여하면서 그 실효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입양할 수 있는 ‘펫 동반 요양시설’도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원주에서는 펫과 함께 입소 가능한 실버타운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치매 예방, 우울증 완화, 생리적 리듬 회복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와 있다. 고령자의 자존감 회복과 삶의 목적 유지 측면에서도 매우 유의미한 결과로 해석된다.
사람을 위한 복지가 동물까지 닿을 때, 진짜 삶이 시작된다
고령 1인 가구와 반려동물의 관계는 ‘책임’ 이상의 것이다. 많은 어르신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저 녀석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로, 반려동물은 정서적 동반자이자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할 유일한 존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반려동물 돌봄 정책의 사회적 확장은 더욱 절실하다.
실제 사례도 있다. 경북 포항의 76세 여성 김 씨는 12년째 함께 사는 고양이 ‘소담이’ 덕분에 아침에 일어날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김 씨는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어 외출이 어려운 상태였지만, 지역 사회복지사와 동물보호 단체의 협력을 통해 소담이의 병원 진료와 사료 공급을 주기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사람보다 소담이 덕분에 덜 외롭고, 덜 아파요”라는 말은 단순히 감정적 표현이 아니라, 통계적으로도 설명된다. 반려동물 보유 노인의 우울감과 인지 저하 속도는 비보유군보다 확연히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고령자-반려동물 돌봄은 ‘단일 보호 체계’가 아니라, 사람과 동물의 복지를 동시에 지켜야 하는 이중 케어 전략이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커뮤니티 차원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법제화하고, 고령자 지원제도에 포함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어야 한다.
‘사람을 위한 복지’가 동물에게도 닿을 때, 비로소 진짜 인간 중심의 복지 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노후, 정책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다행히 2025년 현재, 일부 정책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노인 장기요양보험 내 ‘반려동물 지원 항목’ 포함 여부를 검토 중이며, 일부 지자체는 고령자의 사망 이후 반려동물 인계 계획서 작성 의무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 조치는 유기 동물 발생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고령자가 마음 놓고 동물을 기를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서울시를 포함한 5개 광역단체는 ‘반려동물 응급 돌봄 바우처 제도’를 2026년까지 전면 도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제도는 갑작스러운 입원이나 이사, 재해 상황 시 반려동물을 일정 기간 보호시설에 위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고령자만 아니라 중장년 1인 가구, 저소득층에게도 제공되며, 사회안전망의 새로운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정보 접근성과 신청 방식의 장벽이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는 복지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고, 신청 과정 또한 까다롭다. 따라서 서비스의 확대만 아니라, 찾아가는 행정, 복지사-수의사 연계 체계, AI 기반 정보 알림 시스템 등을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고령 1인 가구를 위한 반려동물 케어 서비스는 단지 ‘도움’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가 되어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마지막까지 함께해줄 유일한 가족, 그 생명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이제 사회 전체의 몫이다.
예고 없이 닥치는 '위기 상황', 반려동물은 어떻게 되나?
고령 1인 가구에 큰 걱정 중 하나는 “내가 자리를 비우면 저 아이는 누가 돌보지?”라는 질문이다. 단순 외출이나 장 보기도 어렵지만, 상황은 종종 훨씬 심각해진다. 갑작스러운 병원 입원, 응급실 이송, 혹은 예상치 못한 장기 외출 시 반려동물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단지 불편함이 아니라 생존의 위협으로 이어진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80세 김 모 씨는 작년 11월, 갑작스러운 뇌졸중 증상으로 3주간 입원했다. 그러나 혼자 사는 그가 키우던 5살 된 말티즈는 하루 넘게 밥도 물도 없이 집에 갇혀 있었다. 결국 주민신고로 소방관이 구조했지만, 이 일로 김 씨는 "차라리 개 때문에 병원에 가지 말 걸 그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처럼 위기 상황에 반려동물이 함께 고통받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한다.
보호자의 부재가 이어질 경우, 반려동물은 방치·스트레스·영양결핍은 물론, 짖음이나 악취로 인해 이웃의 민원, 심지어 강제 퇴거 조치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고령자 개인의 위기가 곧 동물의 위기로 직결되는 구조이다.
위급 상황을 대비한 ‘펫 돌봄 인프라’, 어디까지 와 있나?
이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고령자 긴급 돌봄 서비스에 반려동물 항목을 포함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 ‘반려동물 응급 돌봄 바우처’ 시범 사업은 입원, 장기 외출, 자연재해 상황에서 일정 기간 동안 지자체와 연계된 동물 보호기관에 동물을 위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루 최대 10일, 사전 등록 시에만 가능하며, 아직 전면 도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과 광주 역시 ‘1인 가구 응급서비스’와 연계해 반려동물 긴급 위탁 보호소와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단, 보호소 대부분은 만원에 가깝고, 훈련된 인력이 부족하여 실제 보호 품질에는 편차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간 펫시터 연계 플랫폼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와그웰니스’, ‘펫프렌즈 시니어 케어’와 같은 전문 펫시터 서비스는 반려인의 위급상황 대행 시, 긴급 출동 → 1차 케어 → 장기 보호소 연계까지 일괄 제공하고 있다. 다만, 비용이 발생하며, 정보 접근이 어려운 고령자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제도는 있지만, 정보는 멀다 – '돌봄 계획서'가 필요한 이유
많은 고령자는 자신이 사망하거나 장기 입원할 경우 반려동물을 어떻게 인계할지를 두고 고민하지만, 제도적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복지부는 고령자 ‘반려동물 인계계획서’ 도입을 검토 중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고령자가 사전 등록 시 사망 또는 장기 부재 시 동물을 가족·지인·보호단체에 위탁하도록 하는 ‘케어 서약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보의 장벽이 높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는 온라인 신청이 어렵고, 자녀나 보호자가 없을 경우 이를 함께 도와줄 사람도 없다. 현재 고령자 인구의 40%가 스마트폰 내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찾아가는 행정’, 복지사-수의사 공동 네트워크, AI 돌봄 로봇과 연결된 응급 펫 시스템 등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구조는 ‘위기 상황 자동 감지 → 고령자 돌봄 센터 알림 → 펫 응급 보호기관 자동 연결’ 구조다. 기술은 이미 있지만,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반려동물도 보호받아야 할 가족이다
이제 반려동물은 단지 동물이 아니다. 특히 고령 1인 가구에 반려동물은 마지막까지 삶을 함께하는 ‘가족’이다. 그렇다면 이 가족의 안전과 권리를 지키는 것은 사회 전체의 몫이기도 하다. 응급 상황에서의 펫 케어 인프라는 단지 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지켜주는 연장선이다.
앞으로는 고령자를 위한 돌봄 서비스 정책이 단순 ‘사람 중심’을 넘어서 ‘반려동물 중심’까지 포함해야 한다. 가장 가까운 존재의 안정이 곧 보호자의 정서적 안정이며, 이는 고독사 예방, 우울증 완화, 건강 유지 등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고령자는 그렇지 않은 고령자보다 병원 진료 빈도, 정신적 고립 지수,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낮다는 보고도 다수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 케어는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긴급 시 구조되고, 남겨졌을 때 돌봐지고, 주인이 부재한 동안 먹고, 자고, 사랑받을 수 있는 시스템. 이것이 곧, 고령자의 삶을 온전히 보호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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